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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착같이, 끝까지’ 정신으로 ‘이기는 경영’::
LG그룹에서 허씨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 성이다. 구씨 일가와 함 께 LG그룹을 일으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허씨들은 지난해 GS그룹으로 분가했지만 LG그룹내 허씨들은 일반의 눈에는 여전히 특별한 사람들로 비친다. 특히 최고경영자(CEO) 반열에 있는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그러나 종합전자부품업체인 LG이노텍의 허영호(54) 대표이사 사장은 제주에 서 태어난 양천(陽川) 허(許)씨다. GS그룹의 오너인 김해 허씨와는 본이 다르다. 오 너 집안과는 무관하게 평사원으로 입사해 LG의 간판 CEO 그룹에 오른 전문 경영인이다.
허 사장은 그룹 내에서 ‘해결사’ 혹은 ‘소방수’로 통한다. 부실 사업장들만을 돌아다니며 경영을 정상화시켰기 때문이다. 수익성 악화에 허덕이던 LG전자 TV공장, 뒤늦게 사업에 뛰어들어 기술확보에 고전하던 LG전자 DVD사업, 외환위기로 경영악화에 시달리던 LG마이크론, 품질불량 문제로 고민하던 LG이노텍…. 가는 곳마다 공대출신 전문 경영인으로서의 수완을 발휘했던 것이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던 지난해 12월 21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이노텍에서 허 사장을 만났다.
— LG이노텍의 현장 구호가 ‘악착같이 될 때까지 끝까지’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허 사장의 경영화두는 무엇입니까.
“이기는 경영, 이것이 화두입니다. 특히 현장을 강조합니다. ‘ 하면 된다’, ‘안되면 되게 하라’식입니다.”
— 다분히 군대식인데….
“실제로 청소년 시절 한때 군인의 꿈을 키웠습니다. 제주 오현고를 졸업하면서 육군사관학교를 지망했지요. 그런데 서울대를 가라는 담임선생님의 강한 권고 때문에 뜻을 접었습니다. 그러나 서울대 전자공학과 진학 이후 학군장교(ROTC 13기)를 지원, 짧은 기간이나마 장교 생활을 체험했습니다.”
— ‘하면 된다.’ 방식으로 성공한 사례가 있습니까.
“2001년 3월 전남 광주의 LG이노텍 부품사업본부장에 취임했더니 주요 생산 품목인 튜너의 불량률이 2.6%나 되더군요. 연말까지 불량률을 10분의 1 이하로 줄이라고 했습니다. 공장 근로자들은 물론 간부들까지 20년이 지난 구식 설비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반발하더군요. 그렇지만 7개월 만에 목표를 관철시켰습니다. 문제 해결의 포인트를 제시하면서 직원들을 독려한 것이 주효했던 거지요. 최근 블루오션 전략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김위찬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핫 스폿(Hot Spot)’, 즉 문제의 급소를 찾아내는 일이 급선무였습니다. 현장에 살다시피 하면서 뭐가 문제인지를 고민했습니다. 기판위에 회로를 장착시키는 칩 마운트 흡착과정이 ‘핫 스폿’이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지요.”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마침내 직원들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마음으로 칩 마운트 흡착 방법을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결국 그해 연말 그가 제시했던 목표치를 달성한 것은 물론 2003년 3월엔 불량률을 0.05%까지 낮추는 기적 같은 일을 해내게 된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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