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이노텍의 기술 격차 극복을 향한 노력은 LCD모듈 사업 전개에서도 빛을 발했다. 우선 공정기술 측면에서 LG이노텍은 시장 진입기부터 공정 노하우 및 장비의 국산 화에 초점을 맞추어 양산을 진행했다. LCD모듈 제조 설비의 대일 의존은 그 어느 분야보다 심한 상황이었으나 LG이노텍은 독자적인 공정기술 개발 노력을 경주함으로써 전 설비의 80%를 국산화하는데 성공, 이를 통해 원가 절감 및 선진수율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LG이노텍의 설비 국산화 성과는 디지털 튜너 부문에도 이어져 지난 5월에는 ‘1005 멀티 마운터’ 개발로 디지털 튜너의 양산 능력을 2배 가까이 향상시키기도 했다.
LCD모듈 분야의 선진업체 따라잡기는 공정 부분에 그치지 않았다. LG이노텍이 지난 10월 개발 완료한 OPDD(One Panel Dual Display)는 선진업체, 특히 일본 업체와의 기술 격차 극복을 넘어 선행 개발까지 해낸 사례로 그 가치가 크다. OPDD는 LCD의 앞뒤 양면에 같은 화면이 동시에 구현되는 LCD모듈로, 카메라폰 등을 사용한 사진 촬영시 촬영자와 대상이 서로 같은 화면을 볼 수 있게 하는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 제품이다. OPDD의 처음 개발은 일본 부품업체를 통해 이루어졌다. 하지만 투과형 LCD를 통해 구현된 이 기술은 2개의 프론트 라이트 유닛을 사용해야만 앞뒤 화면이 제대로 보인다는 기술적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이에 LG이노텍은 반투과형 LCD 개발을 통해 단 하나의 프론트 라이트 유닛만으로도 LCD의 앞뒤 양면에 빛을 뿌려 두개의 화면을 구현하는 기술 개발에 세계 최초로 성공함으로써, 모바일기기의 슬림화 추세에 걸맞는 사이즈로 OPDD를 재탄생시켰다. 현재 LG이노텍은 OPDD에 대해 국내외 9건의 특허를 출원중에 있다.
LG이노텍이 연구 개발 역량의 초점을 맞추는 것은 무엇보다도 고객이다. 전자부품업계 특성상, 완제품을 만드는 고객사들의 제품 트렌드는 연구 개발 목표에 무엇보다 큰 영향을 미친다. 휴대성이 강조되는 모바일 기기의 경우 소형화, 경량화는 언제나 가장 큰 지향점일 수 밖에 없다. 고객의 이러한 요구에 발맞춰 LG이노텍은 지난 8월, 모바일폰 적용 카메라모듈로서는 세계 최소형인 높이 6.4mm의 200만 화소 카메라 모듈을 개발했다. 이 카메라모듈은 특히 소형화의 핵심 기술인 초소형 모듈 구동부, 화상 처리 프로세서 등을 모두 LG이노텍 자체 기술로 선보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또한 모듈 사이즈를 줄이는데 수반되는 필연적인 광학 성능저하를 막기 위해 자체 설계한 렌즈를 적용, 사이즈와 성능의 두 가지 요구를 만족시켰다.
이와 함께, LG이노텍은 전자부품의 집적화 및 패키지화를 통해 완제품 소형화에 적극적으로 발맞춰나가고 있다. LG이노텍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RF Full Module은 CDMA방식 모바일폰에 적용되는 RF부품 중 퀄컴칩을 제외한 모든 부품을 종합한 모듈로서 50개의 부품을 단 한 개의 모듈로 집적화, 패키지화 한 것이다. 이를 통해 RF Full Module은 기존의 방식보다 60~70% 이상 크기를 줄여, 모바일폰의 소형화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최초, 세계 최소형으로 2004년 개발된 DMB모듈 또한 고객 지향적인 LG이노텍의 기술력을 입증하는 좋은 예다. DMB모듈은 모바일 기기에서 디지털 TV 시청을 가능케 해주는 핵심 부품이다. 특히 LG이노텍의 DMB 모듈 개발은 설계, 패키징과 관 련한 4개의 자체 보유 원천 기술에 의한 것이어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LG이노텍이 지금 수확의 기치를 올리는 사업군들은 출범 때만 해도 미래를 알 수 없는 ‘신사업’의 씨앗일 뿐이었다. 이는 전자부품사업 또한 다른 시장과 마찬가지로 기술 역량 만큼 미래 가치와 트렌드를 읽는 눈이 중요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기술 축적에 의한 핵심 기술 확보가 더 넓은 시장으로 가는 단초이자 매개체라면, 끊임없는 신시장 모색은 차세대 기술 역량 확보의 전제 조건이다. LG이노텍이 차량전장사업 등 다양한 신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그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다.
<이상>